최근 만성콩팥병으로 혈당, 혈압 관리를 받으시다가 점점 신장기능이 저하되어 투석을 해야할 환자 두 분이 의뢰되었습니다. 두 분다 90대, 각각 남성, 여성분입니다. 나이가 고령이라 투석을 할지, 투석을 한다면 어떻게 준비를 할지 환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분들을 모셔서 투석 전 준비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두 분다 인지가 다 되시는 분이라 환자 본인, 가족분들 의견을 모두 듣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입니다.
91세 남자 환자분
혼자서 병원에 걸어오실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신 분입니다. 당뇨가 있으나 당 조절은 원할하며, 혈압약을 드시지만 혈압도 좋습니다. 처음 의뢰되었을 때 사구체 여과율은 5~6점 정도로 당장 투석을 시작해야 할 정도지만, 그동안 투석에 대해 거부하셨다가 최근 설득이 되어 전과되었습니다.
검사상 응급으로 투석을 해야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흉부 엑스선 상 심장모양도 좋으셨고, 가려움이 심해서 그렇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지독한 요독 증상은 아직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엑스레이 상 폐에 흰색 결절이 보여 급하게 CT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물론 조영제를 사용한 CT 는 찍을 수 없어서 조영제를 쓰지 않고 CT 를 촬영하였습니다. 다행히 폐에 보였던 결절은 위험한 결절이 아니어서 본격적으로 투석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가족분들과 환자 본인 모두 투석 치료에 대한 의지, 투석을 하면서 좀 더 건강하게 지내시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투석을 하기 위해서 혈관 준비를 미리 해야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동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수술을 해야 투석 바늘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혈관이 만들어진다고. 수술에는 자가혈관을 이용한 수술, 인조혈관을 이용한 수술이 있고, 기대 여명이 길지 않거나 혈관 수술이 어려울 경우 투석을 위한 카테터를 삽관할 수 있다고 선택할 수 있는 옵션 3가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우선 혈관 외과에서 진료를 보고 혈관상태를 확인해서 결정하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인조혈관을 사용한 수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워낙 고령인지라 혈관이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혈관외과 진료를 보고 수술까지 다 마친 후 내원하셨습니다. 혈관 상태가 생각보다 좋다며 자가혈관으로 수술을 하고 오셨습니다. 혈관이 성숙될 때 까지 기다린 후 투석을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고령이라서 천천히 강도를 높여가며 투석을 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고향이신데 살아생전 고향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통일이 언제 될지는 모르나, 할아버지 소원을 꼭 이뤄드리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91세 여자 환자분
이 분도 혼자서 병원에 걸어서 오실만큼 나이에 비해 건강하신 분입니다. 사구체 여과율은 14점으로 나오는데, 실제 신기능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할머니께는 미래 투석 가능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투석 준비과정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낙담하시는 표정이었으나 최근에는 많이 수긍하신 듯 합니다. 자녀분들과도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보통 투석에 대해 거부감이 있고 생소한 느낌이라 자세히 설명을 해드렸습니다.
설명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머님께서 나이에 비해 건강하신 편이라 투석도 견디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 투석실에도 90대 할아버지 두 분이 혼자 걸어오시고 투석 받고 집에 잘 가십니다. 어머니께서 지금 당장 투석을 응급으로 진행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미리 준비는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혈관 수술 후 혈관이 자리잡는데 최소한 4~6주는 걸리니 수술을 해두는 것은 어떨까요? 수술을 하고 혈관이 준비된다고 해서 바로 투석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대한 약 쓰면서 투석을 미뤄볼게요. 대신 혈관이 준비가 되어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요. 혹시라도 응급상황에서는 바로 투석을 시작하면 되니까요. 혈관이 없으면 그런 긴급한 상황에서는 응급실로 갈 수 밖에 없고 또 카테터를 쓰게되고 중환자실로 입원하실 수도 있어서 어머님이 힘드실거 같습니다.”
다음에 가족분들이 상의를 끝내고 진료실로 오셨습니다. 최종적인 결정은 혈관수술도 미루고 싶다 였습니다. 우선 고령이시라 조금더 상황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환자 본인도 미루길 원하셔서 우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약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로 만성콩팥병의 합병증을 최대한 막아보기로 합니다.
두 분다 고령이시라 투석에 대해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환자 본인과 그 가족분들과 충분히 상의 후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