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아이를 데리고 놀다가 물건을 두고 온 적 있나요?

투석실 업무는 어쩔수 없이 명절이나 공휴일에 관계없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해야합니다. 투석하는 분들은 공휴일이라고 투석을 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내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는 토요일에는 독박육아를 합니다.

제 가족은 분당 율동공원이 좋아서 자주 놀러가는데, 후문 주차장이 매우 넓어 거기에 차를 주차합니다. 몇 달전 독박육아 중인 아내가 율동공원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놀다가 유모차를 두고 온 적이 있습니다. 유모차는 나름 YOYO (YOYA 라는 저렴한 짝퉁 브랜드도 존재합니다.) 였습니다. 대략 60여만원의 거금을 주고 샀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유모차 싣는 것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다음날 다시 율동공원에 가보고, 관리부서에도 문의해봐도 결국 찾을 수 없었습니다. 깨끗하게 썼던 유모차고, YOYO 정품인데 누가 가져가도 가져갔을 것입니다. 좋은 유모차였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슬프네요. 당시 저는 아내에게 왜 유모차를 잃어버렸냐고 타박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죠. 그걸 말했다간 쫓겨납니다. 실제로는 “괜찮아. 다시 사면되지,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그 큰 유모차를 두고 올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전혀 동의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주 일요일에는 제가 아이를 맡았습니다. 요새 킥보드 타는 것을 좋아해서 율동공원에 킥보드를 타러 갔는데, 예전보다 타는 실력이 늘어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균형도 잘 잡고, 속도도 빨랐습니다. 율동공원 한바퀴에 제 느낌으로 대략 2km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한바퀴를 다 돌고 어두워져서 집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주차장은 아무래도 위험하니, 아이를 한손으로 안고, 다른 한손으로 킥보드를 들고 주차장을 가로질렀습니다. 그리고 차 옆에 킥보드를 놓고 아이를 카시트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운전석으로 와서 바로 출발합니다.

“아…. 킥보드를 두고 왔습니다.”

한참 뒤에 생각이 나서 다시 그 자리로 가보았지만, 킥보드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제 이해가 됩니다. 유모차를 두고온 아내의 심정을. 매주 토요일마다 (때로는 일요일까지도) 독박육아를 감내하는 아내가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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