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실 이야기] 실례가 되는 선물의 실례 (투석환자에게 위험한 선물)

투석실에서 정기적인 검사를 하다보면 평소와 달리 갑자기 결과가 나쁜 분들이 있습니다. 갑자기 체중이 확 늘었다던지, 갑자기 혈당이 확 올랐다던지, 갑자기 인 수치가 확 증가했다던지. 그런 경우입니다. 그럴 때 추궁의 시간이 도래합니다.​

“무엇을 드셨어요?”
“OO을 먹었어요.”
“그러니까 수치가 이렇게 올라갔네요. OO 드시면 안되겠네요. 그럼 평소 안드시던 OO은 왜 드시게 된 거에요?”
“선물 받았어요. XX가 한 박스로 사다줘서 안먹을 수가 없었어요. 이제 안먹어야겠네.”
“마음은 고맙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네요. 차라리 다른 가족분이 드시면 어떨까요?”

60대 A씨

60대 A씨는 가족분들의 서포트가 좋은 분입니다. 혼자 사시기 때문에 멀리 있는 딸, 사위가 수시로 음식을 보내옵니다. 어느 날 투석실 정기 검사에서 인 수치가 8점대로 크게 올랐습니다. 평소에 높아도 5~6점 정도인 분이었는데 이상했습니다. 드신 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눠보니 지난 주 사위가 장모님 챙겨드린다고 치즈를 한 박스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보통 치즈는 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투석환자분께 치즈는 인 폭탄과 같습니다. 너무 좋은 선물이지만 인이 많이 높아지므로 드시지 않도록 했습니다.



치즈는 우유를 농축해서 만든 것이므로 단백질, 칼슘도 풍부하지만 인 역시 농축됩니다. 게다가 가공치즈에는 식품의 보존을 위해 첨가제로 인산염을 넣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기 인산염은 자연식품의 인보다 굉장히 흡수가 빨라서 더욱 인의 부담은 증가합니다. 또 피자, 돈가스, 케이크 등에도 치즈가 들어가므로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치즈와 비슷한 예로 견과류가 있습니다. 보기에는 무척 건강해질 것 같은 식품입니다. 심지어 매일 드시기 쉽게 소량씩 포장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 박스 구입해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는 인 함량이 높아 투석 하시는 분들께는 인 수치의 급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견과류는 결국 식물의 씨앗인데, 씨앗 특성상 그 속에 영양분이 많아야 하고 그 중 중요한 것이 인 입니다. 그러므로 견과류의 건강한 이미지만 떠올리지 말고 인이 높다는 점을 항상 염두해야 합니다.

50대 B씨

50대 B씨는 당뇨로 인해 투석을 시작하신 분입니다. 당뇨가 있으신 분은 투석을 시작하기전 항상 혈당을 체크합니다. 공복으로 내원하지 않으시므로 투석 전 혈당은 140~200 사이로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어느 날 투석 전 혈당이 300이 넘게 나왔습니다. 평소와 달리 급격히 상승한 혈당. 오늘 투석실 오시기 전 점심 때 무엇을 드셨는지 여쭤봅니다.​

“별로 먹은 것 없는데요. 그냥 집에서 밥하고 김치하고 해먹었죠.”
“일반적인 식사 말고 드신 것은 없으세요? 평소와 다르게 혈당이 너무 높은데요. 이상하네…”
“아! 오다가 시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떡을 줘가지고 그거 한 판 먹고 왔어요. 그래서 높은가?”
“떡 드시면 혈당 많이 올라가죠…”​

떡은 쌀이 촘촘하게 뭉쳐진 거의 순수한 전분 덩어리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양을 드셔도 당(포도당)을 굉장히 많이 섭취한 셈입니다. 게다가 떡에는 혈당의 상승을 다소 늦춰주는 식이섬유가 거의 없으므로 혈당 올라가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따라서 당뇨가 있으신 분에게 떡 선물은 그리 좋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만일 떡 선물을 받으셨다면, 가능하면 안드시는게 좋겠지만 드신다면 양을 제한하여 아주 소량만 드시고 단백질이나 섬유질이 있는 음식과 같이 드시는 것이 혈당 상승을 늦추는 방법입니다.

80대 C씨

80대 C씨는 약 드시기를 매우 싫어하셔서 정말 최소한의 약만 드리는 분입니다. 칼륨을 낮추는 약도 드시기를 싫어하셔서 겨우 설득하여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어느 날 정기 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크게 올랐습니다. 7.2 로 굉장히 높게 나온 것입니다.​

“칼륨 수치가 너무 높은데요. 너무 위험해요. 칼륨약은 잘 드셨어요?”
“칼륨약은 잘 먹지.”
“그럼 이번에 갑자기 칼륨이 왜 올라갔을까요?”
“아는 사람이 고구마 한 박스를 보내줬는데, 요새 고구마만 먹어서 그런가?”
“아… 고구마가 칼륨이 많아요….”

칼륨 하면 싱그러운 과일과 채소만 생각하지만 의외로 감자와 고구마도 칼륨 함량이 높습니다. 사실 식물 뿌리에는 칼륨이 많이 있습니다. 뿌리 뿐 아니라 식물 자체에 칼륨이 많이 있다고 봐야합니다. 야채, 과일을 비롯해 콩에도 칼륨이 많습니다. 하지만 고구마나 감자는 식사 대용으로 먹을만큼 한 번에 많이 드시니 문제입니다. 고구마 300g 은 순식간에 먹습니다. 그런데 상추나 시금치, 콩을 300g 을 한 번에 먹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감자나 고구마는 건강 식품 이미지가 있어 과자 먹는 것 보다는 고구마를 먹는 것이 더 건강해보입니다. 하지만 투석 관점에서는 과자가 차라리 더 건강식일 수도 있겠습니다.​

40대 E씨

40대 E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에 투석을 받고 있는 분입니다. 비교적 젊고 활동량도 많았으며 평소 체중 관리도 그럭저럭 잘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뒤로 체중이 확 늘어서 오셨습니다.​

“요즘 왜 이렇게 체중이 많이 늘어오시죠? 더워서 물을 많이 드셨나요?”
“아닌데요. 물은 별로 안 마셨는데요. 아, 회사에서 직원들이 자꾸 커피를 사줘가지고…”

자세히 들어보니 동료 직원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한다며 매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주고 있었습니다. 여름철 더울 때 생각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물에 커피만 탄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투석환자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커피 자체보다도 문제는 물의 양입니다. 대용량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은 700~900mL에 달하기도 합니다. 사실상 물 한 병 가까운 양입니다. 하루에 한 잔만 마셔도 상당한 수분을 섭취하게 됩니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소변으로 배출하면 되지만, 투석환자는 그렇지 못합니다. 결국 마신 만큼 몸에 남게 되고 체중 증가로 이어집니다. 물론 동료 직원의 마음은 너무나 고마운 것입니다. 하지만 투석환자에게는 큰 커피 한 잔이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선물이지만 결과적으로 투석 환자분들께는 위험한 선물일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없는 것들이지만, 투석 환자에게는 혈당과 칼륨, 인 수치 그리고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선물을 주려는 마음과 관심, 배려가 더 중요합니다. 어떤 음식을 선물할지 고민하는 그 마음 자체가 이미 큰 선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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